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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에 빠지다] ‘한’의 역설적인 아름다움

무용은 인간의 삶과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예술이다. 삶과 죽음, 변형과 도덕, 갈등 등 인간 존재의 다양한 주제가 음악과 무대, 의상, 그리고 무용수의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통해 시청각적으로 펼쳐진다.   세계적인 무용 도시 뉴욕에 거주하는 필자는 젊은 시절 거리 음악가로 활동하며 브레이크댄스 개척자들과 함께한 경험을 시작으로, 지금은 유명 무용수와 안무가들이 이웃으로 살아가는 가운데 이 예술을 가까이에서 접하고 있다. 앨빈 에일리(Alvin Ailey)와 폴 테일러(Paul Taylor) 같은 현대무용단의 활동을 꾸준히 지켜보며, 고전 발레 무용수들의 뛰어난 공연도 목격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려왔다.   하지만 무용의 중심지는 뉴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모스크바의 볼쇼이와 모이세예프 무용단, 발레의 본고장 파리의 다양한 무용단 역시 세계 무용계를 이끌고 있다.   이제 서울과 한국도 무용의 혁신성과 정신을 논하는 데 있어 중요한 무대가 되었다. 국립무용단, 창무회, 그리고 세계 대회를 휩쓰는 한국의 브레이커들까지?한국에는 뛰어난 안무가, 무용수, 작곡가, 의상 디자이너, 무대 연출가, 조명·분장·음향 전문가들이 모여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필자는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창무회 공연을 관람했다. 새롭게 단장된 극장은 뛰어난 음향과 어느 좌석에서도 잘 보이는 무대 시야를 갖추고 있었다. 공연은 절제와 겸손을 주제로 한 작품부터 역동적 신체 표현으로 인간의 다양한 열정을 드러낸 작품까지 폭넓게 구성됐다. 전통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졌지만, 그것이 무용수들을 제한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유롭게 했다.   양용준 작곡가가 편곡한 음악은 고통과 승리의 여정을 시간 여행하듯 담아냈다. 특히 전통적 억압에서 오늘날의 평등과 존중 요구로 이어지는 여성의 여정을 소리와 무용으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공연의 첫 작품 ‘Here’는 창무회 설립자이자 예술감독인 김매자 선생이 안무한 작품으로, 시련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여성의 인내와 생산성을 예찬하며 여성의 위대함을 단순한 인정 이상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어진 두 번째 작품 ‘Yool(율)’은 최지연 안무가가 창작한 작품으로, 재능과 창의성에 대한 경의를 표현했다. 무한히 반사되는 거울처럼 관객 속 여성들이 스스로를 주인공으로 보게 하고, 남성들에겐 보다 깊이 있는 시각에서 여성들을 기릴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춤, 구신명은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다. 공연 후 세계적인 무용단의 한 감독은 “한국 무용단은 우리보다 훨씬 더 깊은 감정을 지닌 것 같다. 바로 ‘한’이라는 정신 때문이다”고 평했다.     한(恨)은 한국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감정이다. 많은 한국 작가들이 이를 설명하려 시도했지만, 김매자 선생의 이 안무는 슬픔을 가장 황홀하게 표현한 역설적 무대로, 말 없이도 ‘한’을 가장 잘 드러낸 사례였다.   이것이 바로 무용의 힘이다. 우리는 종종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하곤 한다. 그럴 때 안무가와 무용수, 작곡가들이 나서, 말로는 담아낼 수 없는 감정을 예술로 전달한다. 한국에 살고 있다면, 이러한 무용 예술의 정수를 자주 접할 수 있는 행운을 누리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누구인지, 왜 그런지를 예술로 안내해주는 이들이다.   (이 글의 일부는 곧 출간될 로버트 털리의 회고록 『잉크타운(Inktown)』에서 발췌했습니다.)   ▶코리안아트소사이어티: 이메일([email protected])/페이스북(Facebook.com/RobertWTurley) 로버트 털리 / 코리안 아트 소사이어티 회장K컬처에 빠지다 역설 안무가 무용수 모이세예프 무용단 유명 무용수

202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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